Angel Wing Heart Lovely Teddy Box :: 보관용

보관용

2025. 5. 1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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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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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이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 밤 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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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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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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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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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net 66
                 William Shakespeare

Tired with all these, for restful death I cry,
As to behold desert a beggar born,
And needy nothing trimm’d in jollity,
And purest faith unhappily forsworn,
And gilded honour shamefully misplaced,
And maiden virtue rudely strumpeted,
And right perfection wrongfully disgraced,
And strength by limping sway disabled,
And art made tongue-tied by authority,
And folly (doctor-like) controlling skill,
And simple truth miscall’d simplicity,
And captive good attending captain ill:—
Tired with all these, from these would I be gone,
Save that, to die, I leave my love alone.

(의역 중심, ChatGPT)
이 모든 것에 지쳐, 안식 같은 죽음을 갈망하노라.
가치를 지닌 이가 거지로 태어나는 것을 보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자가 화려하게 치장하고,
가장 순수한 신념이 배신당하고,
빛나는 명예가 부당하게 짓밟히고,
정결한 순결이 난잡함으로 더럽혀지고,
진정한 완벽함이 오명을 뒤집어쓰고,
진실한 힘이 휘청이는 권력에 무력해지고,
예술이 권위에 눌려 침묵하게 되고,
어리석음이 마치 의사처럼 지혜를 통제하고,
단순한 진실이 멍청함이라 불리고,
선한 이가 악한 자의 종처럼 묶이는 걸 보노라.—
이 모든 것에 지쳐, 떠나고 싶지만,
죽는다면, 내 사랑을 홀로 남기게 되기에 그럴 수 없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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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net 116
                 William Shakespeare


Let me not to the marriage of true minds
Admit impediments. Love is not love
Which alters when it alteration finds,
Or bends with the remover to remove:
O no! it is an ever-fixed mark
That looks on tempests and is never shaken;
It is the star to every wandering bark,
Whose worth's unknown, although his height be taken.
Love's not Time's fool, though rosy lips and cheeks
Within his bending sickle's compass come:
Love alters not with his brief hours and weeks,
But bears it out even to the edge of doom.
If this be error and upon me proved,
I never writ, nor no man ever loved.

(의역 중심, ChatGPT)
진정한 마음의 결합을 방해하는 어떤 장애도 인정하지 않노라.
사랑은, 변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아니며,
사랑하는 사람이 변한다고 따라 휘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 아니다! 사랑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 표지,
폭풍을 마주해도 결코 흔들리지 않으며,
길 잃은 배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별이 되리라.
그 별의 진정한 가치는 알 수 없어도,
그 고도를 잴 수는 있기에.
사랑은 시간의 농락거리가 아니니,
비록 장미빛 입술과 볼은 시들지언정,
그 짧은 시간과 주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심판의 날이 올 때까지 견디는 것이다.

이 말이 틀렸다고 누가 증명한다면,
나는 글을 쓴 적 없고, 세상에 사랑한 자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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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König von Thule
                 Johann Wolfgang von Goethe

Es war ein König in Thule,
Gar treu bis an das Grab,
Dem sterbend seine Buhle
Einen goldnen Becher gab.

Es ging ihm nichts darüber,
Er leert’ ihn jeden Schmaus;
Die Augen gingen ihm über,
So oft er trank daraus.

Und als er kam zu sterben,
Zählt’ er seine Städt’ im Reich,
Gönnt’ alles seinen Erben,
Den Becher nicht zugleich.

Er saß beim Königsmahle,
Die Ritter um ihn her,
Auf hohem Vätersaale,
Dort auf dem Schloss am Meer.

Dort stand der alte Zecher,
Trank letzte Lebensglut,
Und warf den heiligen Becher
Hinunter in die Flut.

Er sah ihn stürzen, trinken
Und sinken tief ins Meer,
Die Augen täten ihm sinken,
Trank nie einen Tropfen mehr.

 

(의역 중심, ChatGPT)
툴레의 왕

툴레에는 한 왕이 있었네,
무덤까지 충직했던 이여.
그의 연인이 숨을 거두며
그에게 황금 잔을 주었네.

그에겐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한 잔,
그는 연회 때마다 그 잔을 비웠고,
그 잔을 들 때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네.

그가 죽음을 앞두고는
그의 왕국 도시들을 세어보며,
모두를 후계에게 물려주되
그 잔만은 건네지 않았지.

그는 왕궁의 연회석에 앉아,
기사들이 주위를 둘러싼 가운데,
바다 위 성의 높은 전당에서
마지막 만찬을 베풀었네.

그 늙은 왕은 잔을 들어
삶의 마지막 열기를 마시고는
신성한 그 잔을
바다로 던져버렸네.

그는 그 잔이 떨어지고, 가라앉고,
바다 깊숙이 잠기는 것을 보며
눈을 감았고,
그 뒤로는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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